앙:단팥인생이야기(도라야키)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가게 주인 ‘센타로’에게 ‘도쿠에’라는 할머니가 찾아온다.
‘마음을 담아’ 만든다는 할머니의 단팥 덕에 ‘도라야키’는 날로 인기를 얻고 가게 주인 ‘센타로’의 얼굴도 밝아진다.
하지만 단골 소녀의 실수로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당신에게는, 아직 못다 한 일이 남아 있습니까”
“비법은 마음을 담는 거에요”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의 연출 비법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도쿄 교외의 나병 환자 요양소에 위치한 도서관에서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했다. 요양소 내를 산책하며 햇살과 바람을 느끼고, 그 곳에 거주하는 완치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나리오에 좀더 현실감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도쿠에’ 할머니는 영화를 만들기 3년 전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양어머니를 떠올리며 완성해 나갔다. 원작자 도리안 스케가와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도쿠에’ 역은 일본의 국민 여배우 키키 키린만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모았고, 원작을 읽고 감명을 받은 키키 키린 역시 그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마침내 [앙]의 영화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기를 해온 키키 키린에게도 가와세 나오미 감독과의 작업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역시 대단한 창작자입니다. 생각한 것을 결과물로 만들어내요. 자신의 생각을 계속 밀고 나가는데 그게 강압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래요, 그렇긴 하지만요..’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면서 다가오는 방식이라 어느새 수긍하게 됩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감탄했다.
(“그래요. 벚꽃이 예쁘죠? 저쪽에서부터 걸어와서, 이쪽에서 도라야키 가게를 발견하는 거예요. 그럼 가볼까요?”라고 말하면 키키 키린은 상대역인 나가세 마사토시와 함께 “시작한 걸까요? 카메라가 돌고 있는 거 같죠?”라고 이야기를 나누며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촬영을 계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식의 연출은 어김없이 성공적이었다. 영화 속에서 키키 키린을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단팥을 만드는 장면에서, 센타로가 물엿이 잔뜩 묻은 손을 어찌할 바 몰라 하는 장면에서 도쿠에가 웃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시나리오에 있던 것이 아닌 배우 키키 키린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도쿠에가 단팥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에서도 팥들이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이 자연스레 배어 나온다.
키키 키린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팥이 여행했던 과정을 보러 직접 다녀왔을 정도예요. 지금은 기계를 사용하는 농가가 많아서 직접 팥을 기르고 일일이 햇볕에 말리거나 하는 곳은 많이 없죠.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그걸 직접 보고 와서는 저에게 ‘다녀왔습니다’라며 주머니에서 팥알들을 꺼내 건네주었어요. 저는 ‘아, 그랬군요’라며 다시 팥알들을 돌려주려는데 ‘아니요, 드리는 거예요’ 라는 거예요. 받긴 했지만 먹을 수는 없고. (웃음) 감독은 당연히 제게 팥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들리지 않았어요. (웃음) 재미있었죠.” 라며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스타일을 설명한다.
키키 키린은 실제 손녀인 우치다 카라와 함께 출연했다. 우치다의 역할은 도라야키 가게의 단골인 중학생 소녀 ‘와카나’.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우치다 카라는 일시 귀국해 영화 촬영 중이었는데,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그녀를 도쿄의 집으로 보내지 않고 아파트 숙소에 머물게 했다. 영화 속에서 철저한 타인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익숙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감독의 조치였다.
도쿠에와 와카나가 도라야키 가게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즉흥적인 결과물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은 실제 대본에 쓰여진 대사가 끝나고 난 뒤에 이어진 대화들이에요. 감독으로부터 계속 이야기를 나눠달라는 주문을 받고,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고 뭔가 이야기는 해야겠고 해서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니?’ 등의 말을 했는데 그 장면이 사용된 식이죠” 라고 키키 키린은 언급했다.
센타로가 도쿠에로 인해 변화하듯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별 감흥 없이 흘려보내던 일상을 소중하게 다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도쿠에는 어린 시절부터 몇십년간 앓은 한센병 때문에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냈지만,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대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벚꽃이 참 아름답지 않나”라는 말을 하며 주변 사람들이 한 번 더 하늘을 올려다보도록 만들고, “팥에는 진심을 담아야 해”라며 열성을 다해 팥을 젓는다. 도쿠에는 모두 다 똑같아 보이는 도라야키지만 얼마나 정성들여 만든 앙을 넣느냐에 따라 그 맛이 결정되는 것처럼, 인생도 그렇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고, 어떤 실수들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삶을 이어나갈 힘이 본성에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도라야키
도라야키(일본어: どら焼き)는 밀가루, 계란, 설탕을 섞은 반죽을 둥글납작하게 구워 두 쪽을 맞붙인 사이에 팥소를 넣은 화과자이다.
도라야키는 원래 빵이 한 면으로만 이루어져 그 위에 팥소를 올린 뒤 접는 방식이었으며, 오늘날의 형태는 1927년 도쿄 우에노 지구의 우사기야에서 처음 만들었다.
도라야키의 이름은 과자의 모양이 타악기 징(일본어: どら)과 닮아서 붙여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최초의 도라야키에 대한 전설에서는 한 사무라이가 농부의 집에 징을 놓고 갔는데, 농부가 그 징으로 팬케이크를 구웠고 그것을 도라야키라 불렀다고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