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극장 젊은연출가전 2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꿈꾸던 절대 순수의 유토피아

윤동주는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어로 교육받은 한국인이다. 그에겐 고향이 없다.

하지만 그의 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향은 어디였을까?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은 메트로폴리탄이다.

속한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국제미아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가?

윤동주를 다시 읽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14.11.20-12.7/대학로 게릴라극장/80분/만8세~/일반석25,000원/관람:11.25.화.8시

창작 뮤지컬 <서시>
‘서시’는 윤동주가 직접 쓴 시 제목이 아니다.

후세사람들이 ‘서문’의 개념으로 시 앞에 붙여진 말일 뿐.
그래서 ‘서시’는 유일하게 윤동주가 직접 쓰지 않은 제목이 되었다.
창작 뮤지컬 <서시> 또한 이제 지금 여기 젊은 영혼들의 노래와 극으로 재창조 된다.

SYNOPSIS

일본인 간호사 요코는 새로운 마루타 병실에 배치된다. 거기서 마루타 동주가 번역하다 만 원고를 발견한다.
윤동주는 간호사 요코가 주입하는 바닷물에 서서히 피가 묽어지면서 환각을 보게 되고,
간호사 요코는 윤동주의 미발표 원고를 읽으면서 그의 환각에 빠져든다.
바닷물에 채워지는 윤동주의 육신, 그러나 윤동주의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는’
영혼은 간호사 요코에게 전이된다.
시인 윤동주의 몸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살아남은 가해자 요코는 윤동주의 참회록을 자기 삶으로 껴안는다.
시인 윤동주가 떠난 자리, 산 자들은 죽은 시인의 영혼을 숙제처럼 껴안는다.

휑~한 무대.

과연 시인 윤동주의 삶은 어떤 무습으로 노래와 극으로 만들어졌을까? 침대에서 시작해 침대로 끝나는 극.

참으로 한심하다. 나 자신이. 시를 좋다하면서 시인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고 살면서 무슨 예술을 논하는가?

김수영도 윤동주도 파란의 시대에 "자신, 자기 자신"을 끝임없이 찾아가는 시인들이다.

어떤 드라마를 보고 한 배우가 좋아지면 가끔이지만 그 배우에 대해 검색해서 알아보고

대부분은 또 잊어버리지만 이름은 기억하게 되는게 나같이 둔~한 사람도 가능한 일인데,

이런 시인의 삶조차, 죽음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의 시를 한 행이라도 읊는다면...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우리 한국인아니었던가...

요코의 갈등, 연민, 인간애, 일본의 발전을 '호기심'이 이루어낸 일이라며 호기심을 극찬하는 의사에 대항해

'그리움', 윤동주의 시에서 사무치게 느끼게 된 '그리움'이란 단어로 애절하게 항변하던 모습,

결국 해수투입으로 환각증세를 보이며 요코를 동생으로 착각하는 그 앞에서 동생인척 해 주던 모습.

사이사이 보여지던 고통스럽던 윤동주의 모습.

그리고 그의 또렷한 의식에 의한 것이든, 환각증세에 의한 것이든 가족이 있는 곳, 가족, 동생,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만들어낸 시가 벽에 씌여지고 읽혀지고 노래불러진다.  정겹고 포근했던 많은 시들.

자신이 바닷물을 투입받아 마치 바다생물이라도 된 듯. 바다를 헤엄쳐 가족이 있는 만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은 아름다운 장면의 끝. "바닷물이니 토해내라" 꾸중하는 아버지를 환각에서 만난다.

노래는...평범한 뮤지컬곡과는 많이~~~다르다. 특이하다..이런 스타일. 흔한 말로 날것의 느낌~!

건반 반주 하나에만 의존한 순진한^^ 노래들.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색깔의 곡들..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어떤 때는 화음이 이상하게 나간다~싶은 곡도 있었고 어떤 때는 너무 맑고 깨끗하게 아름답다~ 싶은 곡도 있었다.

이중창도 마찬가지, 합창도 마찬가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흰 천 하나 두르고 나와 커피를 맛있게 마시던

임현준님 노래는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노래, 잘하셔서 은근 놀랬다. 요코 김신혜님은 완전 뮤지컬 배우 목소리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두 배우의 열정적인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그 시대에 그 환경이기에 아름다운 시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되새기고 외울 가치있는 시들을 남긴 분과 남기게 도와주신 분들께 고맙다...

나중에 오른쪽 기둥 뒤에 건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또 한번 화들짝~! 엠알인줄 알았는데..

*단지에게*

진정한 예술은 험난한 삶과 상황과 사건에서  탄생한다. 따라서 예술가의 인간적인 삶은 불행할지라도,

그 이의 불행한 삶을 거름삼아 수많은 이들의 삶이 행복하게 성장해 열매맺을 수 있음을 보면

마치 농부가 한 알의 씨앗을 뿌려 수 많은 씨앗들을 수확하듯. 그들은 인간다운 인간의 종자라 보고 싶구나.

언젠가 단지가 윤동주의 시를 만날 때, 윤동주가 어떻게 죽었는지 어떤 과정으로 시들이 탄생했는지

내가 이야기해 줄 수 있었던 이 극을 떠올리고 그의 시만큼이나 그의 삶도 한 쪽씩 넘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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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기획:연희단거리패 / 가사:윤동주 / 작,연출:이채경 / 작곡:이수연 / 음악감독: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