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에 누워서> _ 나를 안다는 것
<카우치에 누워서>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내면을 흥미롭게 읽어낸 책이다. 환자를 분석하고 마음의 치료를 돕는 정신과 의사, 정신과 의사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사기를 치는 환자, 정신과 의사에게 거짓된 고백을 하고 분석케 하는 환자, 그런 거짓 고백을 통해서도 올바른 치료로 이끄는 정신과 의사, 정신과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를 파괴하는 사람들... 그들의 뒤얽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환자가 거짓을 고백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토대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건을 치밀하게 엮어내고 있다. 동시에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마음속을 현실적으로 생동감 있게 묘사하며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금씩 성장해 가는 정신과 의사와 고통이 치유되는 환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신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카우치에 누워서>는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미묘하고 추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복수에 눈이 먼 여자 캐롤이 치료자 어니스트를 고의로 유혹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안에는 일차적인 이야기의 재미와 흥미뿐 아니라 치료자들 간의 정치적 대결, 신념, 그리고 과오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과거의 남자들에게 상처를 받아왔던 캐롤은 남편 저스틴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폭발하고, 그의 복수를 위해 저스틴의 치료자를 매장시키기로 하면서 이야기의 발단이 시작된다. 유혹하려는 캐롤과 치료자의 위치를 지키려는 어니스트 간의 미묘한 경쟁 아닌 경쟁은 흥미롭다. 정직함을 필두로 한 치료자 개방의 상담 프로젝트를 시작한 어니스트는 그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고민한다.
어니스트를 자신의 생각대로 끌고 가려는 마샬은 정치적인 야망과, 부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환자에게 사기를 당했을 때, 그는 이때까지 강력하게 요구하고 추구했던 주장에 대한 흠집과 금전적인 손해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카우치에 누워서>는 마치 성경과도 같이 기존의 치료 법칙들을 고수하려는 치료자들과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치료자들 간의 마찰이 기본 바탕이 깔려있다. 이 바탕 안에서 누군가는 복수를, 누군가는 야망을, 누군가는 신념을 추구한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인물들 간에는 갈등이 일어나고, 급박해지며, 끈적해진다.
이 소설은 작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으로 거의 모든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첫째로 일단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다. 안에는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갖고 있는 과거와 현재에 내재된 상처와 문제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마치 나 자신의 어딘가에 숨어있는 부분들을 여러 인물로 나누어 나열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겠다. 내 속에는 한 차원 멀리 떨어져서 보거나, 혹은 시간이 더 흘러 어떠한 사건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아무 일도 아니지만 억울함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있다. 또 이것이 옳다고 믿었지만 막상 닥친 현실과는 괴리감이 들 때에 느끼는 좌절도 있다. 이러한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어빈 D. 얄롬은 때론 느슨하게 때론 급박하게 풀어낸다.
둘째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상담자들의 고뇌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단순히 심리적 괴로움이 있을 때, 찾아가 치료를 받으면 되는 입장에서 그들을 생각해왔지만 이 소설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또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담의 기초적인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역시 <카우치에 누워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이자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중구난방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시작되지만 결국엔 하나의 길로 나아감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회복이다. 회복하는 인물은 소설 속에서 치료를 받으러 갔던 환자들뿐 아니라, 치료자들도 회복을 하며, 끝에 가서는 독자까지 회복시키는 것이다. 공감되는 부분들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 있는 과거들을 떠올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을 관철시키고 그리고 끝내 가서는 회복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언제나 정직함은 통한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