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이원호] 천년 恨 대마도 - 리뷰
홋카이도행 비행기 안에서 읽다!
이 책을 읽을 원래 계획은 지난 주말 이즈하라항을 향하는 대마도행 배 안에서 읽을 예정이었다.
가서 소설 속에 나오는 현지 지명과 건물까지 함께 찾아보고 사진도 찍고,
주인공 성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참이었다.
허나, 불행하게도 일정이 변경돼 결국 홋카이도를 오가는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읽게 되었다.
대마도나 홋카이도나 같은 일본의 섬이니, 분위기는 변함없겠다만,
대마도에 갔더라면, 아마 책 읽는 내내 그 비장감은 더했으리라.
대마도는 지척이니, 언제든 주말에 하루쯤 시간 내어 천천히 가서 읽어도 되지만,
이 책은 내가 구매한 게 아니라 위드블로그에서 서평단 참여로 받게 된 책이라,
리뷰기한을 꼭 지켜야하는 책임이 있는 책이다.
"그 기한을 정한다면, 나는 5월 10일까지로 하겠소.란 위드블로그의
명(命)을 받잡아 방치해 둘 수 많은 없는 그런 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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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소설과 밀리터리 소설의 접점에서...
이 소설은 우선 장르가 참 애매하다. 팩션이라고 하기엔, 그 허구성이 너무 짙고,
역사소설이라 하기엔, 미래와 현재, 과거를 극명하게 오간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을 계몽하고, 훈육하고,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자 하는
민족주의 소설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김진명 작가류의 (속된 말로)국뽕 소설과
김경진 작가의 <데프콘>과 같은 밀리터리 소설의 중간지점에 속해 있다.
이원호 작가는 <밤의 대통령>과 <황제의 꿈>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90년대 중반 학창시절 책대여점이 전국적으로 한창 유행하던 시절
그의 소설은 하병무 장편소설 <남자의 향기>와 더불어 인기순위 1,2위를 다투는 소설이었으니,
책 대여점계에서는 그만한 베스트셀러 작가도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밤의 대통령>이나 <황제의 꿈>은 만화책으로 치자면,
김성모 화백과 박인권 화백류의 만화이고, 남자들의 세계 밑바닥에 깔린
성공 욕망을 짧고, 굵은 필체로 그려낸 점이 공통점이다.
이원호 작가의 전문 장르는 기업소설이다.
이 분야에서는 잔뼈가 굵은 명인에 가까운 작가인데,
느닷없이 김진명류의 '국뽕 소설'을 내놓아, 읽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기도 했다.
일제가 기를 쓰고 소각, 훼손, 은폐하고 억지를 부려 왔지만
지금도 대마도에서는 한반도의 영토였다는 증거가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나는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대마도의 사연을 쓴다.
기록(記錄)에 의거한 소설이다.
대마도에서 1천 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두 가문의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다. 천년한(千年恨)이다.
- 작가의 말 中 - 
2013년 일본 문부과학성 권장도서(?)
이 소설은 가명 따윈 쓰지 않는다. 주인공과 몇몇 등장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인물은 현존하는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아베 일본총리, 김관진 국방장관,
장성택 등등. 현실에서 살아 펄떡이는 인간이 그대로 나온다.
공간적 배경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및 미국, 중국, 일본... 특히 대마도를 오가며 펼쳐진다.
시간적 배경은 지금부터 시작해서 내년 8월까지다.
일본군 자위대에 승진 누락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한 사내가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되고, 지난 날 조상들이 당한 고통을 알게 되면서
대마도 수복군에 가담하여, 원래 우리 땅(?)인 대마도를 수복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사가 그렇듯, 로맨스와 암투, 권력투쟁, 반복, 갈등...이러한 이야기가 전반에 펼쳐진다.
여기에다 조금 이채로운 것은 2권으로 가면서...시작되는 대마도 정벌사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괄약근에 힘을 주게 된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만큼 그 구성이나 내용은 재미있다.
1,2권 통합 3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니 읽어 보시라!
(이 이상은 스포일러 같아 내용은 더 이상 쓰지 않겠다!)
대마도가 지정학적으로는 누가 봐도, 우리 땅에 가까운데, 일본의 국토로
실효지배를 한 지 워낙 오래된 일이라, 다시 찾기에도 참 애매모호한 땅이 되었다.
일본이 걸핏하면, 독도 영유권 문제로 불란을 일으키고, 혓바닥 도발을 자주하는 마당에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 아베의 총리 집무실에 한 권 보내고,
일본 방위청(省으로 바뀌었나?) 자위대 내무실에 '2013년 문부과학성 권장도서'로 한 권씩
꽂아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