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 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사랑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L이 떠나고 좀처럼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빨래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도 

2년이 지난 지금 내 마음 속 어딘가에는 

L이 닿을듯 말듯 늘 같은 자리에 서있었다.

언제 날 빵 차버렸냐는듯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사랑후에 이 책을 펼쳐버렸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두 나라.

한국과 일본의 두 남녀 홍이와 준고의 사랑이야기다.

" 그래. 잊는 거, 잊어버리는 거 말이야."

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토록 겁 없이 달려가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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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때 그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본문 中

책을 읽는 내내 홍이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내가 홍인줄 알았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홍이긴 하다.(허꽃분'홍'이니까)

츠지 히토나리와 공지영, 두작가가 사랑으로 상처받고

사랑으로 치유하는 이야기를 공동 집필한 사랑후에 오는 것들.

달달하고 애틋한 그들의 사랑덕분에 

오히려 위로를 받고 힐링이 되었던 고마운 책.

'아니 그렇지 않았다 해도 무슨 핑계를 대서 나는 그의 곁으로 갔을 거라는게 맞을 것이다.

나는 그와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참견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그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사랑을 하면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한 이기주의자였다.'

p 68

윤동주 시인에 서시는

소설에 등장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결말은 책을 보는걸로.

그 애잔함을 깨고 싶지 않아!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거야"

'하지만 때로 진실은 이렇게 난데없는 곳에서 암초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기도 한 것이다.'

'지난 일들이라는 말에서 그는 약간 말을 더듬었다.

지난 일들......그와 내가 사랑했던 그 순간들이 이렇게 한 단어로 집약되는 것이 낯설었다.

나로서는 한 생애를 살아 버린 듯 길고 선명하고 다채로웠던 수많은 일이 지난 일들이라는 한마디로

그의 입에서 설명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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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보낸 마음이 그렇게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이제와서?

그건 이별보다 더한 희극 같았다.'

나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었다.

한 때는,

어쩌면 나도 소설 속 여주인공 홍이처럼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내가 그토록 지키려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존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가득채우니 다시는 사랑이라는걸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지영 작가님,

어쩌죠.

사랑후에도 '사랑'이 오는걸요.

by kk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