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공... 임파서블 개봉한 다음날 바로 봤었는데 리뷰를 늦게 쓰네요.ㅎㅎ)

더 임파서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관심이 가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저는 '해운대' 비슷한 영화일 줄 알고

블록버스터급 CG와 웅장함을 느낄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갔는데요.

그러나 '재난' 영화라기 보다 '재난 후(後)'의 영화라 불러야 더 어울리는 듯한 영화였습니다.

쌈빡하게 얘기하자면 더 임파서블은 쓰나미가 덮치면서 헤어졌던 한 가족이

생사를 가늠할 수 없었던 참혹한 현장에서

어떻게 기적과 같이 다시 만나게 되는지를 그린 영화입니다.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영화는 쓰나미가 덮치고 간 현장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그 재난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익명으로 죽어갔고 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했는지를

참혹하면서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히 재해를 다룬 영화들은 어떤 자연의 장관 같은 것,

수많은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지만

그래서 웅장함이나 어떤 몸서리치는 거대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있을꺼라 기대하고 갑니다.

<투모로우>나 <해운대> 같은 영화들도 마찬가지였죠.

<투모로우>는 어느 정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재난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연 재해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을 보면서 기대하는 것은 서스펜스 입니다.

거대한 재해가 닥치는 장면을 보며 손에 땀이 차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테고,

그게 곧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주죠.

그래서 재해가 크게 그려지면 그려질수록, 죽는 사람의 수가 어마어마해질수록

영화는 긴박감을 더해가고 흥미도를 높여줍니다.

하지만 더 임파서블에서 재해를 그린 모습은 단 몇분간, 아니 몇초뿐이었던 것도 같네요.

재해로 인한 긴박감보다 영화의 전반적인 장면들은 그 재해가 휩쓸고 간 참혹한 현장,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그래서 긴장감보다는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과 막막함,

가족들을 기다리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홀로 쓸쓸하게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2004년 인도네시아를 쓰나미가 덮쳤을 때

그 재난 속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실화'라는 점에서 더 인상깊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계속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그들의 이야기 속에 그 현장에 있었던 다른 가족의 이야기,

수많은 생명과 목숨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겨져 있어서 깊이감이 있었습니다.

영웅처럼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쓰나미가 덮치고 간 현장에서 그 가족들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헤어져야 했는지,

그래서 기적처럼 다시 만나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혹은 그 가족과는 다르게 헤어진 채 영영 다시 못 만났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나오미 왓츠) 옆에서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기다렸지만

결국 끝까지 보지 못한 채 수술대 위에 누워있던 한 여인처럼,

헨리(이완 맥그리거)와 같이 가족들을 찾으러 다녔지만

가족과 만난 헨리를 두고 홀로 다시 트럭위에 올라서야 했던 한 남자처럼,

실은 헤어져야만 했던 가족들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겠죠.

그래서 더 다시 만난 그들의 이야기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세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남편과 다른 아이들을 잃어버린 채

큰아들 루카스(톰 홀랜드)를 책임져야하는 입장이었던 마리아와

마리아를 의지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처 입은 그녀를 책임져야만 했던 루카스,

그리고 다른 두 아이들을 데리고 잃어버린 아내와 루카스를 찾아나서야 했던 남편 헨리입니다.

이 세명 중에서도 어리면서도 어린 채로 남아있을 수 없었던 루카스 역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겁이란 걸 모르고 살았지만

그도 쓰나미 앞에서는 겁이 나고 두려움을 느끼는 한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상처를 입었고 다른 가족은 생사를 모릅니다.

그 상황 속에서 그는 희생을 알고 책임감을 알고 가족과 생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다른 이들을 구하기 전에 우리부터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어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말이지만

마리아는 루카스에게 위험에 빠진 다른 아이를 구하고

병원에서 고통과 불안함에 빠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없는지 찾아보라고 합니다.

재해가 휩쓸고 간 자리에 슬픔과 고통만이 아니라 잔잔한 감동도 느낄 수 있었던 데에는

이렇게 다른 사람과의 연대감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가족과 헤어져 혼자 도움을 요청하던 아이도,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헤매는 한 아버지도,

그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였습니다.

루카스가 다쳐서 움직일 수 없었던 사람들을 대신해 그들이 찾는 가족의 이름을 적어서

헤어진 가족들을 소리 높여 찾아주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쓰나미의 무서움을 가장 격렬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한 장면.

쓰나미로 인한 무서움은 오히려 쓰나미가 닥쳐오는 영화 초반이 아니라

영화 후반에 마리아가 악몽을 꾸는 장면에서 보여준 것 같습니다.

마리아가 수술을 받으면서 생사가 결정되는 그 순간,

쓰나미에 휩쓸려가던 당시의 막막하고 무서웠던 순간이

마리아, 혹은 루카스의 꿈으로 되살아납니다.

정신없이 물살에 휩쓸려가는 와중에

앞도 제대로 안 보이는데 무언가 자꾸 부딪쳐와서 다치고 깨지는 악몽.

과연 그 물살을 헤치고 위로 올라가 숨을 쉴 수 있을지 무섭고 불안한 그 감정이

쓰나미가 얼마나 급작스럽고 앞을 볼 수 없는 막막함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더 임파서블은 재해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라기 보다

재해가 휩쓸고 간 장면이 더욱 인상깊게 남은 영화입니다.

과장됨 없이 진솔하게, 정말 실화처럼 다가올 수 있었던 것도

재해를 서스펜스적인 요소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않나 싶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인상깊게 본 영화지만

거대한 연출이나 스펙터클함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추천하기 조심스러운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