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 심윤정 / 한겨레신문사 / 9,500원

영주를 업고 있으면 그 아이가 꼼지락거리는 작은 파문이 내 등의 울퉁불퉁한 갈비뼈와 척추에 그대로 전해져왔다.

동생이란 존재는 꼬물거리기만 해도 신기하고 흐뭇했다. 영주는 내 등에 업혀서, 잠이 오면 조그맣게 낑낑 소래를 내며

하품을 하다가,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다가, 내 어깨에 쿵쿵 소리가 나도록 얼굴을 쳐박다가 마침내 노곤히 늘어져 잠이 들었다. P22 

그녀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정말로 내가 영주를 업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묘한 체험을 하게된다

겨우 10살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동구의 나이다. 이 또한 책의 끝무렵의 나이이니 처음 시작할 때 동구의 나이는 겨우 6살이다.

이렇게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어른들의 사정과 사건을 동구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결코 어린 동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지만 다른 누구보다 깊이 그들을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는 어린 동구의 희생에 마음

한켠이 애잔해지는 소설이다. 주변 환경이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의 동구를 더 빨리 어른이 되도록 강요한 것은 아닐까 싶어

동구에 대한 뭉클함이 진하게 남아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한참동안 가슴을 쓰려 내려야 했다.

* * *
결혼하고 겨우 6개월 갓 넘기고 있는 초보 며느리인 내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참고 견뎌야하는 1980년대 며느리의 모습에

어쩔수 없이 분개하고 한없는 연민을 보내는 반면 부당한 대우를 하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원망의 마음을 보낼수 밖에-
마지막에 무력한 아버지를 이해하고, 난폭한 할머니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끌어안으려는 동구를 대견한 마음 한구석에 섭섭한

마음이 보여 내 좁은 속을 들키고 만다.
어찌하랴! 결국은 가족인 것을-
나도 살다보면 가족이라는 명분아래 눈 감고, 참고, 끌어안고 살게 되겠지.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더라도 환경의 차이만 있을뿐 우리네 사는 모습은 1980년대나 2012년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선생님의 발걸음이 변함없이 경쾌한 것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수십억 년의 나이를 먹는 동안 한 번도 누군가를 놓쳐 본

적이 없는 늙은 지구였지만, 선생님의 가벼운 발걸음 앞에서는 갑자기 그 집요한 중력도 기운을 놓고 마는 모양이었다.

지구가 결국 선생님을 붙들기를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리면 선생님은 미련없이 날아가버릴 것이다.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