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자신의 일생을 두 번 접고 한 번 더 접어 구두 깔창과 양말 사이에 끼웠다. 갈 길이 멀었다. (83쪽) <현기증>

  십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이야기를 한다면 그녀는 믿을까. 그때의 일을 기억이나 할까. 내가 바로 그때의 나라는 걸. 우리가 바로 그때의 우리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241쪽) <프라자 호텔>





  처음에 책을 펼쳐든 건 <2011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 있는 작가를 모두 읽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책 제목도 매혹적이었고.

  첫 장을 펼쳤을 때는 제법 문장이 괜찮네, 라고 생각했다가 점점 갈 수록 문장이 너무 헐거워져서 읽는 게 짜증스러웠다. 김미월의 문장은 설익은 밥처럼 풀풀 날린다. 침착하게 짜여진 구성에 비해서 문장이 형편 없어 그 구성마저 깨지게 만든다. 마치 소설을 연습하는 습작생의 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구성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만을 따로 때어 본다면 좋은 작품이 많다.

  김미월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대부분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사회로 나가야 하는 시점에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어떤이는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29200분의 1>), 어떤이는 자신의 한계치를 잘 알고 있으며(<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어떤이는 다짜고짜 무기력하고(<모자 속의 비둘기>), 어떤이는 열심히 살았지만 결국 세상이 자신에게 돌려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정전의 시간>). 조금 다른 인물이 있다면 <프라자 호텔>인데, 그 소설에서는 기성세대가 나와서 젊었던 자신을 회상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그 안에도 젊음의 초조와 젊었을 때 꿨던 꿈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인물들에게 현실에서 꿈을 가질 수 있는 어떠한 희망도 없지만 김미월의 소설 속에서 이들은 크게 절망하지 않고, 과거의 일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간다. 때때로 불쌍했던 자신의 과거 속에서 긍정적인 힘을 발견하기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을 천천히 직시한다. 희망이 없는 시대에서 어떻게 견디어내고 살아가는지, 그 견디어냄이 단지 부정적인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이 설익은 문체는 글을 훨씬 젊게 느껴지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그 문장 때문에 소설의 말미가 불안정해진다. 그래서 김미월이 말하고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쉽게 날아가버린다.

  그럼에도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는 것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보고 싶어지는 작가라는 점이다. 김미월은 여느 젊은 작가와 달리 환상에 기대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여 그려낸다. 그 안에서 그녀만의 시선을 만들어내고 있는 와중에 쓰여진 책이 이 책인 듯하다. 앞으로를 지켜봐야할 것 같은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