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루유떼 。

잎을 다 내어준

숨 멈춘 나무들이

얼어가는 몸을 버티고 있는

계절 위에 서 있네요。

머무르지 않고

움켜쥐지 않고

다 내려놓고

떠날 줄 아는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솜털 같은 눈송이를 장식한 날。

가슴 속에만 묻어 두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마음을

숨죽이며 자유롭게 날리는

하얀 송이들처럼

내 마음도 저 하얀 그림따라 날려 보내면

그대가 받아 보시려나요。

눈송이처럼 훨훨 날리어서

헐벗은 가지들의 사랑 노래와

그리움 가득한

 아리고 시린 내 마음을

이제는 전하고 싶어요。

어둠이 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찾지 못해 서성일 때

속 울음으로 참아야 했던

내 사랑의 사연들이 낯선 배경 속에서

하얀 달빛따라 흐르고。

어둠은 깊어져

시리게 검푸른 하늘에

시린 달 그림자는

추위에 헐렁해진 산자락 뒤에서

내 그리움처럼 애달파하네요。

전하지 못했던 사연일랑

이제는 모두

머뭇거리지 않고

서성대지 않고

그대에게 전해도 되겠지요。

。2013。12。26 밀루유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