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만나려면 먼저 이 길을 지나야 한다....

비포장일때도 이길을 다녀본 나는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면 이길을 지나간다.
길옆에는 개울이 흐르고 개울가에는 가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코스모스
그 코스모스 보겠다고 고운사를 왔을때도 있었다.
지금은 문명을 빌려 훌쩍 지나가 버리면서도 나름으로 변명할때는 이길은 그때가 좋았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을 흐리지 않기 위해 빨리 지나간다고 말이다...아주 약은 변명이지만...

가운루에서 일단 감탄사를 날리면서 걸음이 지체되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극락전을 오래바라보고 있다가 연수전에서는 시간 자체를 잊어버리고 만다....
연수전 담밖으로 보이는 이 마당에 끌려 나오게 된다.
전에는 이곳 어디에 연못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이곳저곳을 살피고....
왜 예전의 것들에 연연하는지...
지금도 그리 나쁘지 않다 여기지만 그래도 기억속의 자리는 더 아름다운법....
그래서일꺼라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지금의 여기를 아름답게 바라보기로 했다.
마당의 자갈은 걸음에 소리가 울려 그리 탐탁치 않지만...그것도 일단 접어주고...

그나마 마음의 위로는 낮은 담장들이다...
낮은 담장은 개인적으로 좋아라해서 후한 점수를 주면서
약간의 변화에 아니 아주큰 변화에 당황한 나를 진정 시킨다.
연지암 마루에 걸터앉아 연못을 바라보던 그 아름다운 연지암의 마루도 사라지고...
연못도 사라지고.....
낮은 담들을 지켜주려는듯 담쟁이 덩굴이 올라가고 있다..

끝없는 예찬에서 잠시 변화한 모습에 마음이 주춤거리다가
이 고요함에 눈길이 하늘에까지 닿는다.. 아!! 하늘이 있었지!!

옛말에 고운사에 와서 글 아는체 하지 말라고 했다지...
아마도 이 큰 절집에서 이리도 고요함과 편안함을 줄수 있다는게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듯하다... 어디에 책이라도 펴고 앉아 하늘을 이고 글을 읽는다면....
아마도 세상안에 앉아 있으면서 그 굴레를 벗고 하늘의 이치를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상상까지....

그러다가 삼층석탑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사까지한 아담하면서도 소박한 나한전을 보러 돌계단을 올랐다.
살짝 그럴듯하게 보일려고 하는 티를 낸 계단을 올라 나한전과 삼층석탑에서
고운사의 아름다움에 또한번 빠진다.

나한전 옆으로 조실채와 선방으로 가는 통로를 막은 담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만 들어오라고 ...
조용해야할곳에서 저절로 조용하게 만들어주는
기와담이 담장 너머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만든다...

고운사에서 나오는 길에 만난 송림 체험로...이것도 새로 생긴....
고운사 주변에는 소나무가 많다...
그래서 나도 잠시 발걸음을 옮겼다.

기분좋은 솔향이 풍기고....뜨거운 햇살도 잠시 추춤거리게 만들어 준다....

고운사에서 내려오는 길 또한 더없이 그윽하다....
어느 계절할것 없이 아름답고 고요하여 사랑하지만...
고운사만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고운사에 닿게 해주는 이 길을 생각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가을이라 말하고 싶다.
고운사를 나오면서 자꾸 뒤돌아보는게 습관이다...

나왔으니 다음길로 후다닥 가버릴수 없는곳...
나오는 걸음 내 발자국에도 마음을 남기고 나오게 되는곳...
내가 그곳에서 무얼하고 무얼봤던가를 되짚어보지않고....
언제 다시 올까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곳 그곳이 내가 느끼는 고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