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 劇場版 鬼滅の刃 - 無限列車編 Demon Slayer Kimetsu no Yaiba the Movie - Mugen Train
“혈귀로 변해버린 여동생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릴 단서를 찾아 비밀조직 귀살대에 들어간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와 새로운 임무 수행을 위해 무한열차에 탑승 후
귀살대 최강 검사 염주 ‘렌고쿠’와 합류한다.
달리는 무한열차에서 승객들이 하나 둘 흔적 없이 사라지자
숨어있는 식인 혈귀의 존재를 직감하는 ‘렌고쿠’.
귀살대 ‘탄지로’ 일행과 최강 검사 염주 ‘렌고쿠’는
어둠 속을 달리는 무한열차에서 모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예측불가능한 능력을 가진 혈귀와 목숨을 건 혈전을 시작하는데…”
어떤 평가에 앞서 이 극장판이 거둔 엄청난 흥행 성적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관람객수 2405만명, 흥행수익 324.8억엔을 달성하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일본영화 역대 흥행수익 1위를 달성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운 기록을 19년 만에 넘은 것이다.”
엄격하게 본다면 일본 내에서만 해당되는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이겠지만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이뤄낸 성공이니 예상 밖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표현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가 때때로 있는 것 같다. 어떤 분위기를 타고 생각 이상의 결과가 만들어지게 되는.
단순히 TV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갈 뿐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현상으로 다루기도 하는 것 같고. 어쨌든, 극장판에 대한 호불호에 앞서, 이 만화-애니메이션을 알고 모르고를 넘어서 조금은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극장판은 TV 시리즈 1기의 내용을 이어가고 원작 중 무한열차편을 극장용으로 다듬어냈다. 1기처럼 이것저것 원작을 수정하고 있(다고 하)고 그런 시도가 1기와 마찬가지로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원작과 1기를 접한 적 없다면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면서 보게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기본적인 진입장벽이 있다. 그리고 되도록 1기를 즐긴 다음에 보길 권하고 싶다. 극장판은 1기와 직접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1기나 원작 팬이라면 다들 좋아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평가가 갈릴 것 같다. 좋거나 싫거나.
좋다는 사람은 아마도 박력 있는 액션에 높은 점수를 줄 것 같다. 컴퓨터 그래픽이 1기에 비해서 너무 후져서(잘 어우러지지 못해서)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시각적인 쾌감이 가득하다. 액션이 좋고 후반부로 갈수록 박진감이 더해져서 내용은 몰라도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다만, 감정을 자극하는 부분, 최루성 내용에 대해서는 고갤 갸웃거리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액션은 좋지만 이건 좀... 이라는 말을 하게 되진 않을까? 하지만 그건 이미 1기에서도 언급되는(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고 이 애니가 갖고 있는 고유의 재미(혹은 문제점)이니 그게 싫어서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은 알맞지 않을 것 같다. 이 시리즈는 계속 이럴 것이니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으로는 신파극 연출이 굉장히 강하다는 점이 꼽힌다. 보고 울었다며 호평하는 사람들도 많고, 뻔한 연출이라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원작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카자의 등장은 너무 뜬금없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원작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후에 얼굴이 등장해서 덜한데 애니에서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갑자기 등장한다.”
“VS엔무전은 촉수 등을 표현할 때 CG티가 너무 나고 CG를 제외한 2D 액션이 잘 쳐줘야 TVA 수준 정도라 살짝 아쉬웠다는 평이 있다. 다만 VS아카자전에선 말 그대로 액션에 몰빵하여 극적 집중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에 성공하였다. VS엔무전의 주제가 전투 자체보다는 꿈의 아이러니인 것을 감안하면 제작사의 선택과 집중으로 봐야 할 듯.”
“원작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을 모두 엔무의 독백이나 당사자의 마음속 독백으로 메꾸다 보니 설명씬에서 좀 늘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위와 같은 이런 저런 불만과 싫음에 대한 의견은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다. 너무 설명조도 있을 것이고 TV 시리즈 특별편 정도라는 말에 아주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신파가 너무 진하다는 점도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고. 틀린 말 아니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런 점이 있어도 엄청난 성공을(팬들을) 거둘 정도로(끌어 모을 정도로) 모든 것을 돌파해냈다는 것이다. 장단이 분명한 영화지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크다는 뜻이고.
“일본에선 현재에 필요한 이야기, 가족애를 강조하고 도깨비(혈귀)를 감염병에 비유하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가가 많다. 작중에서 가장으로써 아이들을 교육하다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무기력하고 폐인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 렌고쿠 신쥬로의 모습이 국가재난 상황으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된 가장들이나 시장상황으로 어려운 상인들의 좌절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어머니의 유언을 관철한 렌고쿠 쿄쥬로나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는 그럼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각오를 다져 절망적인 상황을 버텨내야한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보여준다. 또한 후에 등장한 아카자는 약자는 죽어 마땅하다고도 하며 도깨비라면 금방 나을 수 있지만 인간은 회복력이 부족해 능력 있는 자가 무력하게 죽는다고 일갈한다. 하지만 렌고쿠는 강한 의지와 신념으로 그게 당연한 것이며 그렇기에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인간 찬가로 다시 한 번 희망적인 메세지를 강조하는 부분에서 그런 평가가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점들 때문에 사람들이 ‘귀멸’을 찾게 되는 것 아닐까? 진부한 점도 있고 익숙한 것도 많을 것이며, 좋은 점도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어 다들 ‘귀멸’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지금 시대의 정서나 분위기와 잘 조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분위기에서 느닷없이 강력한 적이 등장하고 영화의 남은 시간 동안 액션으로 가득 채워 넣어 이게 왜 이런 구성이지? 라는 생각도 들지만 박력 넘치는 액션 때문에 그냥 그걸 즐기게 해준다. 그 다툼 속에서 인간의 부족한 점을 옹호하는 내용도 있어 조금은 진지하게 보게 되기도 하고. 그 중심에 렌고쿠 쿄쥬로가 있다.
렌고쿠 쿄쥬로
처음에는 그저 “이상한 놈”으로 보이지만 점점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최근에 본 여러 개성 있는 캐릭터들 중에서도 단연 기억에 남을 캐릭터이기도 하고. 너무 만화적이고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가 보여주고 생각하고 말해주는 것들 중 무척 의미심장하고 곱씹게 되는 부분이 있어 그냥 흘려지지가 않게 된다. 그저 소년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고 교과서적인 말이나 떠들고 있다며 얕잡아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나?
늙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이라는 덧없는 생물의 아름다움이다
늙기 때문에, 죽기 때문에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럽고 존귀한거다
강함이라는 말은 육체에만 쓰이는 말이 아니야
“캐릭터들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와 만화 특유의 과장된 표현들이 조금씩 거슬”릴 수 있고, “취향이 아니어서 내용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지만 박진감 넘치고 눈을 확실히 사로잡는 액션이 많아 어쨌든 2시간이 아깝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가족애와 우정, 인간의 아름다움과 사회적 의무-책무 그리고 신념 등을 다루고 있어 조금은 생각해볼 것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하긴, 이렇게 보든 저렇게 보든 ‘귀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기를 즐겁게 본 사람이라면 극장판 또한 마음에 들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흠잡을 점들만 눈에 보일 것이고.
“마음을 불태워라...”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람인지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은 렌고쿠 쿄쥬로의 대사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슴을 펴고 살아가거라
자신의 약함이나 변변치 못한 모습에 몇 번이고 꺾이게 되어도
마음을 불태우며 이를 악물고 앞을 향하거라
자네가 발을 멈추고 주저해도 시간의 흐름은 멈춰주지 않아
함께 멈춰서서 슬퍼해주지 않는 것이야
내가 여기서 죽는 것을 개의치 말거라
아까운 인재가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났다. 물론, 만화 속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