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Baron Prasil / The Fabulous Baron Munchausen
“역사상 가장 황당무계한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이야기. 허풍선이 남작은 달에 표류된 우주인을 외계인으로 착각하고 그와 함께 신비한 지구 모험을 시작한다. 해마를 타고 터키 제국의 군대를 무찌르고 물고기 뱃속에 갇혔다 빠져 나오는 등 모험의 시대를 배경으로 신화와 전설이 어우러져 종횡무진 활약하는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카렐 제만의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40년이 지난 후에도 허풍선이 남작에 관한 여러 영화들 중 가장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화가 겸 그래픽 아티스트인 구스타프 도르 (Gustav Dore)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드로잉과 컷아웃 제작 기법과 어우러진 라이브 액션으로 보여지는 카렐 제만 특유의 신비하고 이국적인 스타일에 빠져든다. 1962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 2위 수상, 1962 모스크바 UNIATEC 국제 협회 기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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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카렐 제만의 영화는 이야기나 내용은 뒷전이고 그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장면들 자체에 빨려들게 된다. 그래서인지 뭘 봤는지 얘기를 하라면 그냥 재미난 그림 동화를 본 것 같다는 말을 하게 될 뿐이고.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다양한 카메라 기술을 동원해 완성도 높은 특수 효과를 구현해냈다. 제만은 영화사 초기에 수많은 특수 효과와 촬영기법을 만들어낸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éliès)에 비교되어 ‘체코의 멜리에스’로 불린다.”는 극찬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또한 마찬가지다. 보다보면 이야기를 따라가기 보다는 어떤 그림들을 보여주는지, 어떤 아름다움이 펼쳐지는지 기대하고 감복하게 된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지만 30-40대 이상이라면 허풍선이 남작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뮌히하우젠 남작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카렐 제만은 그걸 영화로 만들었지만 ‘죽음의 발명품’처럼 이야기 그대로 옮기기 보다는 자기 식으로 다듬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식으로 고쳐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이 영화를 재미나게 보는 방식일 것이다. 기본 뼈대와 주요 이야기만 가져오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모험만이 아닌 살짝 삼각관계도 다루는 등 조금은 색다른 점들도 눈에 들어오고.
황당한 모험을 겪기는 동화나 영화나 마찬가지다. “달에 표류된 우주인을 외계인으로 착각”하고, “해마를 타고 터키 제국의 군대를 무찌르고 물고기 뱃속에 갇혔다 빠져 나오는 등” 별의별 모험을 거듭하다 (동화에서도 다뤄졌던) “대포알을 타고 하늘을 날”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쩐지 이전 ‘죽음의...’에 비해서는 매력이 덜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특별히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느껴서가 아닌 상대적으로 ‘죽음의...’가 더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다들 좋아하겠지만 이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저번처럼 컬러와 흑백을 오가고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게 입체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요란하다는 말도 할 것 같다. 기법이란 기법은 다 써먹혀지는 것 같달까? 감탄을 거듭하게 만들지만 너무 스타일이 강해 지나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국적이고 신비함” 가득하지만 그게 과하니 부담스럽다는 말도 나올지도 모르고. 어쨌든 “실로 기기묘묘하며 때론 상식을 벗어난 환상의” 영화라 어떤 평가에 앞서 영화 자체를 즐기게 된다.
귀스타브 도레 Gustave Doré 의 그림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름은 듣긴 했다만 제대로 찾아본 적 없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것도 봐야 할 것 같다.
“영화 이론가이자 평론가인 앙드레 바쟁(Andre Bazin)은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작품을 통해 카렐 제만은 지금까지 실사영화의 범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문하우센 남작과 고트프리트 버거, 그리고 구스타브 도레의 세계 속으로 과감히 들어가, 달나라부터 터키의 이스탄불에 이르는 문하우센 남작의 환상적인 여행을 다루고 있다. 문하우센 남작이 도레의 조각들이 꿈틀대는 술탄의 궁전에 침입해 비앙카 공주를 로맨틱하게 납치하는 사건, 스펙터클한 해전과 문하우센 남작의 승리, 대포알을 타고 하늘을 날며 적군의 동향을 살피는 모험 등을 그린다. 카렐 제만은 과거 그가 발표한 <어릿광대 이야기(A Jester's Tale)>와 <잃어버린 하늘 배(The Stolen Airship)>에서 축적한 기술을 총동원해 새롭게 활용함으로써 놀라운 영상을 만들어 냈다.”고 하니 그의 영화에 놀라움을 느꼈던 사람은 이 영화도 놓치기 싫을 것이다. 위대한 영화 평론가 앙드레 바쟁이 허튼소리를 한 적 없었으니까. 굳이 앙드레 바쟁을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