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누군 줄 아는 거야?

지미 링고요

내겐 별로 거칠게 보이지 않는데

거칠지 않았는데, 그 사람 주변에서 갑자기 저절로 죽은 사람들이 그리 많았단 말인가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해?

10, 12, 15? 사람마다 다르게 말하지

나는 여기서 일을 좀 보려고 들어왔소

이제 일을 보려 밖으로 좀 나가면 안 되겠소?

요즘 가는 곳마다 어째서 자네같이 잘난 척하는 애송이들과 부닥치는지 모르겠어

무얼 어쩌자는 거요?

친구들에 뻐기려는건가?

난 누구보다도 내가 언제 죽게 되느냐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로 주변에 꽉 찼어

근사한 삶이야, 안 그런가?

단순히 살아 남기 위한 삶

사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도달하는 것도 아닌 삶

그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한

보다 강한 자가 나타나서 자기를 쓰러뜨려 주길 기다리는 삶

어린애와 같았았어

그런 삶의 진실은

변변한 보상마저도 없다는거지

내가 자네에게 호의를 베풀려면...

난 자넬 즉시 교수형에 처하도록 하는 거네

그리고 모든 걸 끝내는 거지

난 자넬 그렇게 쉽게 끝내주고 싶지 않아

유명하고 강한 총잡이가 되어 보게

유명하고 강한 총잡이로 산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 건지도 알게 되길 바란다

그러니 아직 내게 감사할 필요 없어

내 말의 의미를 알게 될꺼니

단지... 기다려봐

너도 그대로 돌려받을 거다

지금도 자네같이 값싼 수많은 건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

지미 링고를 죽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노리면서

그러나 그건 여기가 아냐

이제 떠나

어딘가 다른 곳에서 죽임을 당해라

특별히 들어본 적 없어 그저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서부극 정도로만 생각한 영화였다. 대단찮은 영화라 봤지만... 이게 웬걸, 무척 흥미진진하게 보게 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하이 눈’이 생각나는 영화였다. 물론, 그 영화와는 많이 다르기도 하지만. 도대체 뭘 보고 생각나느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쩐지 거꾸로 선 느낌이랄까? 아니면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지미 링고

누구보다도 빠른 총 솜씨로 알려졌고, 그 재주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악명-유명을 떨치고 있던 그가 어째서 시골 촌구석에 온 이유를 영화는 처음부터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동안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은, 더는 총잡이로 도적떼로 살아나는 것에 지친 중년(남성)의 처지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있다.

얼마나 잘못을 저질렀고 어떤 악행을 벌였는지 이 영화는 거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들춰낸다면 자랑스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건 확실하지만 남은 삶은 더는 그렇게 살기 싫어하는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빌고 싶은 사람-사랑은 자신을 만나주질 않고, 만나보고 싶은 아들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처지다. 사람-구경꾼들의 경의와 조롱,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시선이 신경 쓰일 뿐이고. 떠나야 할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미련과 기대감에 초조해지기만 한다. 그로 인해서 몇몇 사건은 벌어지고 점점 위협은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기다리게 된다. 이번 말고 다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복수를 맹세하고 뒤쫓아 오는 이들

별다른 뜻 없이 그를 죽이고 유명해질 생각만 하는 철없는 청년

이런저런 것들에 둘러싸인 지미 링고는 계속해서 난처하기만 할 뿐이고 과거의 악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저 곤혹스럽기만 한 나약한 중년일 뿐이다. 어딘가에 정착하고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인. 하지만 그 단순한 꿈도 이뤄질 수 없는 희망일 뿐인.

단순한 구성과 구조에 소박한 영화지만 무척 볼만하고 주인공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보게 된다면 좀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후회로 가득하고 간절히 마지막 기회를 바라는 남성의 모습에서 내가 저질렀던 잘못들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용서를 바라는 마음을 다시 떠올려보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평화로운 마을에 찾아온 불한당을 어떤 식으로 환대하고 혐오하는지. 누가 누구에게 도덕적이고 비도덕적인지. 어떤 식으로 기준을 잡아야 할 것인지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은 상황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서부극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무척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