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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피트 닥터

더빙 :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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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기대가 안타깝게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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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10시, [소울]을 예매하면서 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 목록을 차지한 영화들은 대부분 픽사 애니메이션이기에 [소울]이 또다시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 목록을 갱신할지 기대되었다. 그리고 작년 1월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이후 모으기 시작한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의 컬렉션 북에 [소울]의 오리지널 티켓으로 한 칸을 채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컸다. 아내와 아들에게 내 생일 선물은 [소울]을 함께 보기라고 보챘던 이유는 그러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일요일 아침 8시에 일어나 휴일의 늦잠을 즐기려는 아내와 아들을 억지로 깨워 극장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그래서 너무나도 가볍고 설레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감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깨져 버렸다. 화곡 메가박스 카운터에서 오리지널 티켓이 모두 소진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답변을 들은 것이다. 이럴 수가... 1월 20일에 개봉한 영화를 1월 24일 첫 타임에 보러 왔다면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서두른 것인데, 다른 영화들의 경우 개봉 2, 3주가 지나고 극장에 가도 남아 있던 오리지널 티켓이, 개봉 4일 만에 (실제로 화곡 메가박스에 문의해 보니 금요일에 이미 전부 소진되었다고 한다. 개봉 3일 만에 전부 소진된 것이다.) 소진되어 버리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나는 멘붕에 빠져 버렸다. 나의 컬렉션 북의 한 칸이 비워진 채로 영영 채워지지 못하는 것이다. (중고 사이트에서 [소울] 오리지널 티켓을 1만 원에 팔고 있더라. 젠장~)

첫 단추부터 삐긋 되었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쉽게 놓쳐 버린 오리지널 티켓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도 기대 이하였다. 최소한 피트 닥터 감독의 전작인 [인사이드 아웃] 정도의 재미와 감동을 기대했지만 [소울]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본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일요일 늦잠을 자겠다는 아내에게 픽사 애니메이션은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설득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아내에게 '영화 어땠어?'라고 묻는 것이 두려웠을 정도이다. 아! 내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아! 내 인생의 애니메이션 목록 갱신, 이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던 [소울]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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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뮤지션을 꿈꿨던 한 남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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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간 재즈 클럽에서 처음 재즈를 접한 후 재즈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의 이야기이다. 조는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재즈에 관심 없는 아이들에게 연주를 가르치는 중학교 시간제 교사일 뿐이다. 그런데 학교로부터 정규직 제안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날, 그에게 뉴욕 최고의 재즈 뮤지션 도로테아 윌리엄스(안젤라 바셋)의 밴드에 들어갈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조에게 있어서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는 인생 최고의 날. 그런데 하필 바로 그날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며 발버둥 치던 조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우연히 탄생 전 영혼들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게 하는 멘토가 된 것이다. 관심사를 발견한 영혼은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게 되지만, 조가 맡게 된 영혼 22(티나 페이)는 지구에 가는 것을 거부하며 수많은 멘토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이에 조는 22와 은밀한 계약을 맺는다. 22가 관심사를 찾아 지구 통행증을 받게 되면 조가 22의 지구 통행증을 갖는 것. 조는 그토록 가고 싶은 지구로 갈 수 있고, 22는 영원히 태어나기 전 세상에 머물 수 있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계약이다. 하지만 22의 관심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급기야 사고로 조와 22는 지구로 떨어지는데 이때 조의 몸에 22의 영혼이 들어가고, 조의 영혼은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며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간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사람의 여러 감정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던 피트 닥터 감독은 [소울]에서는 '삶의 목적'이라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을 초대한다.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확실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조와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는 영혼 22의 지구 나들이를 통해 [소울]은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그 순간조차도 아름다우며,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런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며 관객의 등을 토닥거린다. 나는 그러한 [소울]에 메시지에 공감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루며 위대해질 수는 없으니까. 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보내는 오늘 하루가 누군가에겐 간절히 원하는 하루가 될 수 있으니까. [소울]은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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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메시지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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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그랬다. 단순히 어린이 관객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권선징악적인 메시지가 아닌, 성인이 봐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을 받을 정도로 진하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져 줬었다. 그런 면에서 [소울] 역시 기존의 픽사 애니메이션처럼 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픽사 애니메이션은 메시지만 내세우지 않는다. 픽사 애니메이션이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을 받아오는 이유는 메시지를 풀어내는 이야기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야기의 힘은 픽사 애니메이션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 관객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내가 [소울]에 실망한 이유는 깊이 있는 메시지와는 달리 이야기의 힘이 약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가 죽은 이후부터 [소울]의 이야기는 개연성을 잃어버린다. 우선 조가 천국으로 가는 계단에서 빠져나와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는 과정이 그렇다. 조는 그저 '난 아직 죽을 수 없어'라고 외치며 계단 밑으로 뛰어가다가 계단 밖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태어나기 전 세상에 와 있다. 어떻게? 설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 조가 처음이란 말인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벗어난 사람이 조가 처음일 리가 없다. 그러면 그럴 때마다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서 멘토가 된단 말인가?

조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 가서 22의 멘토가 되는데, 사실 22의 멘토로 결정된 사람은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한 아동 심리학자였다. 그렇다면 애초에 22의 멘토가 되었어야 할 그는 어디로 갔을까? 어쩌다가 조와 뒤바뀌게 된 것일까? [소울]은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중요하지 않아서 생략해도 된다는 것일까? 아니, 지금까지 픽사 애니메이션은 초반 설정을 이렇게 대충 넘긴 적이 없었다. 마치 2시간짜리 영화가 사정없이 가위질을 당해서 뭉텅뭉텅 잘려나가 1시간 50여 분에 러닝타임을 맞추다 보니 영화 초반 조가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는 과정에 구멍이 뻥하고 뚫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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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스러운 이야기 전개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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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의 이야기가 꼼꼼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조가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가 더 문제이다. 조는 22와 계약을 맺고 그의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해본다. 하지만 냉소주의자인 22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때 22는 조를 감춰진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는데 그곳은 태어나기 전 세상과 인간 세상의 중간 단계인 무의식의 세상이다. 우리가 살면서 과도한 집착에 빠지거나 멘붕이 오면 바로 이곳에서 그림자 영혼이 된다. 그 반대로 자신의 즐거움에 몰두하여 무아지경에 빠져도 이곳에 올 수 있다. 22가 조에게 소개해 준 이는 무아지경에 빠진 뉴욕의 간판맨 문윈드(그레이엄 노턴)이다. 문윈드는 무의식의 세상과 인간 세상을 자유자재로 오고 간다. (그가 간판을 돌릴 땐 무아지경에 빠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조와 22를 지구로 보내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분명 태어나기 전 세상과 인간 세상의 중간 단계인 무의식의 세상은 꽤 기발했다. 나 역시 가끔 멘붕에 빠져 영혼이 가출한 것만 같은 경험이 있고, 또 너무 즐거워서 무아지경에 빠진 적도 있다. 정말 그럴 때마다 나의 영혼은 무의식의 세상에 가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한 순간은 아주 잠깐이다. 그리고 무의식의 세상을 자유자재로 드나들고, 영혼을 지구로 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갖춘 문윈드라는 캐릭터는 너무 과하다. 조와 22를 지구로 보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서 만들어낸 억지 캐릭터 느낌이다.

억지스러운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문윈드의 도움 혹은 실수로 지구에 온 조와 22. 그런데 조의 육체에 22가 들어가고, 조의 영혼은 고양이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도대체 왜? 그냥 우연일까? 물론 그래야만 22는 조의 육체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고, 영화 역시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연만큼 나태한 설정은 없다. 지금까지 내가 픽사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던 이유는 이야기가 굉장히 꼼꼼하게 짜여 있기 때문인데, [소울]에서는 그러한 꼼꼼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우연의 연속만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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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꼭 테리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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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소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소울' 카운터인 테리(레이첼 하우스)이다. 그는 천국의 계단에서 영혼 하나가 빈 것을 발견하고 조를 추적한다. 그리고 문윈드의 도움으로 지구에 온 조를 데려가려 노력한다. [소울]에는 악역이 없지만 그래도 굳이 악역을 하나 꼽으라면 테리가 그 역할이다. 물론 테리는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려 하는 것뿐이지만 깐깐하고 원칙에 충실하여 삶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조의 간절함을 외면한다. 그런데 나는 테리가 이 영화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테리의 동료인 '소울' 카운슬러 제리는 테리를 속이고 조를 부활시킨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사람은 당신 밖에 없었다며... 나는 [소울]의 이러한 결말이 진정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때 디즈니는 어린이 관객을 위해 해피엔딩에 집착했었다. 그 유명한 비극적 동화 '인어공주'조차 해피엔딩으로 탈바꿈시켰을 정도로... 그와는 달리 픽사는 해피엔딩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순리에 따른 결말을 선택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결말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진정으로 조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즈 피아니스트에 대한 꿈에 집착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했던 조. 그는 뒤늦게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의 깨달음은 22에게 유산으로 남겨졌다. 그렇다면 조의 역할은 끝이 난 것이다. 굳이 그를 되살려서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을 완성할 필요는 없다.

[소울]에 대한 나의 불만을 실컷 풀어놓고 보니 마치 내가 깐깐한 '소울' 카운터인 테리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테리가 옳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삶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조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때마다 조에게 했던 것처럼 기회를 주고 부활시킬 건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도대체 조가 부활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다. 그런 사연을 가지고 죽은 사람은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을 텐데... 혹시 픽사가 점점 디즈니화되는 것일까?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디즈니의 해피엔딩에 대한 집착만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래서 더욱더 [소울]이 실망스럽게만 느껴졌다. (절대 오리지널 티켓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