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내 이름은 제퍼슨 카일 키드 대령입니다

뉴스를 전하러 오늘 밤 여기 왔습니다

우리의 이 위대한 세계에 대한...

음, 이 지역에서의 삶이 어떤지 압니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일을 하죠

신문을 읽을 시간도 없습니다

내 말이 맞죠?

내가 대신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바로 오늘 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기 밖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잊거라

그것을 꼭 잊거라

그것을 잊어

나는 우리 둘 다 얼굴에 악마를 가지고

이 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네가 이 모든 고통과 죽음에서 멀어지게 하고

잊게 하고 싶었다

돌아가자

여긴 좋지 않아

잊어버리는 것이 필요해

앞으로 가자

그 선을 따라가자

그리고 뒤돌아보지 말자

아니

이전으로 돌아가서···

먼저 그걸 꼭 기억해야만 해

폴 그린그래스가 어쩌다가 서부극을 찍게 되었는지 그 연유가 더 궁금해지는 ‘뉴스 오브 더 월드’는 결과물 그 자체는 볼만하다 할 수 있지만 그리 좋다고 말하기도 머뭇거려지는 완성도였다.

나쁘진 않지만 애매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보는 게 참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있다.

‘캡틴 필립스’에서도 함께했던 톰 행크스가 다시 출연하고 있고, 어째서 그가 출연했고 그를 선택했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5년 뒤의 남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마을(들)

그런 곳에 들러 최신 소식-뉴스-신문을 읽어주는 대령 제퍼슨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소녀 조하나

가족을 인디언에게 잃고 그들에게 붙잡혀 지내다 자신의 과거를 잊고 지내던 소녀

시작부터 어떤 이야기일지 충분히 예상되는 영화였다. 다 들어맞진 않았으나 큰 줄기에서는 너무 전형적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 될 것인지 지나칠 정도로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칭찬할 점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걸 알면서도 보더라도 생각보다 지루하진 않았다.

뻔한 영화지만 조금은 눈여겨보게 되는 것들이 의외로 많은 영화이기도 했다. 그게 특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고. 우선은 신문을 읽어준다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그가 읽어주는 내용이 과연 실제 뉴스인지 그게 아니면 창작이 가미된 이야기인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끌게 하고. 아마도 만들어진 이야기가 대부분이겠지만 듣는 사람들이 생생하게 느끼며 즐기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걸 굳이 따져보고 싶진 않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의 힘-매력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가짜뉴스의 세상을 감상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은 끝났으나 그저 전쟁이 끝났을 뿐이고 패배감에 더 분노와 모욕감으로 가득한 남부의 들끓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그 혼란으로 가득한 남부의 모습이 무척 눈길을 끈다. 그런 모습 또한 지금 시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고. 통제 불가능한 남부를 떠도는 주인공과 소녀에게 닥치는 여러 불운과 불행은 영화 속의 고생이면서 어쩐지 지금 세상을 잠시 떠올리도록 해주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은연중에 지금 세상을 영화를 통해 언급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의견을 그리고 생각을 말하는 것 같고.

순전히 선의에서(전혀 다른 의도는 없어 보인다) 소녀를 친척에게 데려다주려는 과정에서 과거를 잊는 것에 대해서, 반대로 과거를 어떻게든 기억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다른 생각이 충돌하고 있지만 두 생각 모두 공감하게 된다. 온갖 고생담으로 가득한 이야기가 그때 그 시절이 아닌 지금 시대를 그리고 세상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다른 꿍꿍이가 있는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무정부 상태의 미국 남부에서 잔뜩 고생하는 이야기라 말할 수 있는 이 영화를 대부분은 실망스럽다는 말을 꺼내겠지만 어쩐지 그래도 좋은 점을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조금은 천천히 지켜보길 권하게 된다. 느릿하지만 묵묵하게 갈 길을 가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