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한 명의 떠돌이 무사가 어느 마을의 여인숙에 들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두 패로 나뉜 악인의 무리가 세력다툼을 벌여 유령마을처럼 되어버린 야도바 마을에서 무사는 돈을 많이 주는 쪽의 요진보(보디가드)가 되어 일을 해준다.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이 악인 무리 때문에 고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그는 양쪽을 번갈아 가며 요진보가 되어 양쪽의 힘을 약화시킨다. 결국 교묘한 술책과 뛰어난 칼솜씨로 양편의 악의 무리를 모두 해치운 무사는 홀연히 마을을 떠난다.”

인간에 대해서

도덕과 구원에 대해서

이와 같은 어려운 주제를 갖고 작품을 만들던 구로자와 아키라가 때로는 작정을 하고 재미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영화들도 만들었는데, 그런 작품들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아마도 ‘요짐보’가 가장 먼저 꼽힐 것 같다.

다른 작품들보다 더욱 서부영화에 영향을 받은 ‘요짐보’는 조금은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무사들이 세상을 주름잡던 일본의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는 그 시대를 미국 서부극의 시대와 겹쳐놓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상의 세계이지만 너무 그럴싸해서 ‘실제로도 당시의 사람들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인데, 당연히 실제는 (어느정도) 달랐을 것이다.

구로자와의 작품에서는 선과 악 혹은 타락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는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들이 타락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고, 그들의 반대편에 있는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도 순수하고 정직하다기 보다는 눈치를 보고 슬며시 그들과 거리를 갖고 있을 뿐인 듯이 보여주고 있다. 이 약육강식의 세계를 주인공을 통해서 구로자와는 바라보고 있고, 그 시각은 못마땅함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최대한 신속히 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고,

영리하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복잡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돈과 폭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마을을 배경으로

두 개의 지배세력과 그들의 다툼, 그리고 그 다툼을 이용해서 평화를 찾으려는 무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구로자와 아키라의 시각은 냉소적이고 마지막에 가서는 허무함이 감돈다.

철저한 도덕주의자이고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예리하게 영화에 담아내고 있는 구로자와의 시각은 그들을 냉정하고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다.

모든 이들은 부패해 있고,

사회는 돈과 폭력으로만 작동을 하고 있을 때,

그런 세계가 단순히 영화 속 세계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기 때문에 정의감을 갖고 있고, 돈에 대해서 민감하면서도 무신경한 주인공을 내세워서 새로운 평화를 안겨주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난관을 거쳐서 결국 마을에 평화를 되찾아주며 작품은 마무리 하고 있다. 근데, 그 마을에 과연 누가 남아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구로자와의 세계관에서는 자주 ‘빼앗긴’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등장을 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평화를 그리고 안락함을 빼앗겼고,

(‘7인의 사무라이’와 유사한 캐릭터인) 아내를 빼앗긴 남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빼앗긴 것들을 구로자와는 다시금 돌려주려고 하고 있다.

영화는 그것들을 ‘되찾으며’ 상황을 종료하고 있고,

황폐해진 세상에 구원을 안겨주려고 하고 있다.

멋진 활극 영화이면서도,

구로자와는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에 대한 시각을 잃지 않고 있다.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시각과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보다 일반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낸 작품이고, 단순하면서도 멋진 줄거리와 뛰어난 장면들은 그가 얼마나 훌륭한 대중영화 감독인지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복잡하지 않게,

최대한 즐겁게,

아마도 그가 이 작품에서 공들인 부분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