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인 제프리스는 촬영 도중 다리가 부러져 휠체어에서 꼼짝할 수 없는 처지이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는 그는 자신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독신자 아파트에서 뜰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한 사람이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받을 만한 짓을 한 것을 본 그는 이를 모델인 애인 리사와 친구인 형사 도일에게 말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그의 의심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리사와 간호부 스텔라는 그의 지시에 따라 범행의 증거를 찾아 나선다.”

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2921277

히치콕에 있어서 항상 여배우의 존재는 중요했고,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배우는 잉그리드 버그만과 그레이스 켈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은 잉그리드 버그만의 경우는 ‘오명’일 것이고, 그레이스 켈리의 경우는 ‘이창’ 또는 ‘다이얼 M을 돌려라’일 것이다.

항상 여배우를 중요시했지만 그렇다고 히치콕이 남성 배우들에게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멋쟁이들이었고, 그런 그의 성향을 잘 대변하는 배우들로는 캐리 그랜트와 제임스 스튜어트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캐리 그랜트의 경우가 히치콕의 외향적인 성격을 대변하는 캐릭터라면 제임스 스튜어트는 보다 내향적이고 복잡한 인물을 표현해내고 있었다.

히치콕의 작품 중 그들의 출연작들을 본다면 각각의 배우가 히치콕의 어떤 성향을 표현하고 있는지 보다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히치콕은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배우들과 작업하지 못했지만,

점차 헐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그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배우들과 작업을 하게 되었고, 그런 작품들 중 ‘이창’은 그가 함께하기를 원했던 배우들과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초기 작품들 중 하나이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창’은 히치콕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낙관적인 성향의 작품인데,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밝은 빛을 잃지 않고 있다. 물론, 히치콕은 인터뷰를 통해서 영화가 마무리 된 다음의 이야기까지 이끌어간다면 비극이 스며들기 시작한다고 말했지만.

작품의 시작은 사진 촬영 중 부상을 당해서 무더운 여름을 몇 주 동안 집에서 지내며 무료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주인공 제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가 함께 그를 사랑하는 연인인 리사와의 관계에서 애매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은 두 개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하나는 제프와 리사의 사랑과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이고,

또다른 하나는 작품의 전면에 부각되어 있는 살인사건이다.

제프와 리사는 지속적으로 결혼과 함께하는 것과 관련되어 논쟁을 나누고 제프는 항상 그녀를 사랑하지만 함께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리고 그런 제프의 행동과 말들에 리사는 자주 실망을 하지만 그래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살인사건은 그들을 보다 서로에게 가까워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그들은 살인사건을 처음에는 의심으로 시작하고 점점 확신을 가져가면서 지켜보게 된다.

두 개의 이야기와 함께 관객은 두 개의 설정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나는 이웃집들을 엿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프가 다리를 다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웃들의 모습은 다들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우울하게 지내고 있고,

어떤 이들은 즐겁게 지내고 있다.

각각의 집안의 모습은 다양하고,

그 다양함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제프는 즐겁기도 하고, 그들과 같은 삶을 자신은 살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주변을 바라보고, 마치 무료한 삶을 잊기 위해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처럼 그는 이웃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영화를 통해서 제프의 모습을 보고 있는 관객들은 또다른 제프와 같을 것이다.

제프와 같이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고 있고, 그것은 특별히 의미를 갖고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즐기기 위해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지루함은 우리를 힘겹게 만들고, 그 힘겨움을 쫓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끝없이 재미를 찾는다. 그 재미를 뒤쫓는 과정 속에서 그리고 제프와 같은 바라봄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무언가에 개입되기도 하고, 중요한 도움을 던져주기도 한다. 혹은 우연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히치콕은 모든 장면을 실내에서 찍어냈지만 멋진 촬영과 공간 구성을 통해서 무척 매력적인 화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든 장면이 실내인데도 그런 폐쇄성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풍경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폐쇄감을 극단적으로 이끌어가던 ‘로프’와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는 놓치지 않고 잡아내고 있고, 장면과 장면들의 연결을 매우 뛰어난 방식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밤 장면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들을 통해서 히치콕은 사건을 이끌어가고 있고, 그 빛과 어둠을 통해서 긴장감과 궁금함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표현주의에 갖고 있었던 관심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이야기의 긴장된 분위기로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지 중심테마로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고 있다.

이 작품에서의 중심은 결국 ‘바라봄’이다.

제프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고,

그와 함께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그의 주변 사람들도 점점 그와 함께 바라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고, 매우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삶을 엿본다는 점에서 그런 행동은 비난받아야 하겠지만, 궁금함과 매력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봄을 즐기고 있을 때,

무언가를 보고 있을 때,

어떤 사건이 혹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그것에 직접적인 개입이 이뤄지는 순간 이야기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단순히 보기만 하고 있을 때는 문제를 야기하지 않지만 때때로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제프가 겪게 되는 경험은 바로 그런 경우다.

또한,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과

그 바라봄의 대상과 맞닥뜨리는 순간 우리는 질문을 하게 된다. 혹은 받게 된다.

어째서 (날)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누구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지만,

그 대답을 말하기 위해서 우리는 또다시 무언가를 바라보고 훔쳐볼 것이다.

그리고 그 훔쳐봄과 ‘제프는 다리를 다쳤다’라는 설정은 묘하게 연결되고 있다.

전형적인 사진작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제프라는 캐릭터는 리사의 관계에 대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 머뭇거림은 단순히 가벼움을 추구하는 연예관도 작용하지만 그가 상징적인 거세에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를 보다 진전시키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한명의 가장이 되는 것에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고, 누군가와 대등한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기를 원하고 있고, 리사는 그런 세계에 간간히 침범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자신을 보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제대로 보지 않고 있고,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엿보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바라봐주기를 바라고 있는 이는 보지 않고(혹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랑과 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관계가 동일한 남녀의 관계에서 벗어나 리사가 제프를 보호하는 입장으로 변함으로써 혹은 제프가 리사를 보호하는 관계가 됨으로써 조금은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동일한 관계일 때는 논쟁을 나누게 되고, 다투고 화해를 할 뿐이었지만, 서로의 관계가 상하관계를 갖게 되면서(대등한 관계가 어긋나면서) 그들은 보다 나아진 관계를 갖게 된다.

그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고,

이런 입장이 옳다는 확신을 갖기 보다는 하나의 가설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결국 그들은 좋은 관계를 갖지 못하고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히치콕의 말은 수긍하게 되면서도 조금은 달리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건 영화일 뿐이고,

2시간을 나를 기쁘게 한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게 된다.

이런 생각들은 영화를 통해서 생각하는 것이지,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