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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엄마의 미친봉고] - 명절 스트레스에 지친 여성을 위한 조금 헐거운 힐링 무비
13  쭈니 2021.02.05 15:14:33
조회 181 댓글 0 신고

감독 : 백승환

주연 : 정영주, 김가은, 유성주

생각해 보면 나는 그다지 착한 남편은 아니었다. 명절 전날 시댁에서 제사 음식 준비에 바쁜 아내를 놔두고 친구들을 만나겠다며 외출을 하기도 했고, 명절 당일 제사가 끝난 후에는 대낮부터 사촌 동생들과 술을 마시기 위해 아내에게 몇 번이고 다과상을 요구했으니까. 변명을 하자면 그땐 정말 몰랐다. 제사 음식을 만들고 다과상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하지만 지금은 안다. 명절이라는 것이 결혼한 여성들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되는지... 그래서 요즘은 제사 음식은 아내와 함께 만들고, 제사가 끝난 후에는 서둘러 처가댁으로 출발을 한다. 수고한 아내가 부모님 곁에서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내가 요즘 애용하고 있는 OTT인 Seezn에서 오리지널 영화로 [큰엄마의 미친봉고]를 1월 28일 공개했다. 설 연휴가 2월 11일부터 시작됨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설 연휴를 목전에 두고 이 영화의 주요 관객층이라 할 수 있는 여성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아내에게 '[큰엄마의 미친봉고]를 보려고 하는데 같이 볼래?'라고 물었더니 흔쾌히 승낙을 했다. 아무리 내가 성심성의껏 도와준다고 해도 여전히 명절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아내에게도 명절을 앞둔 아내들의 반란을 담은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영화였던 것이다.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유씨 집안의 새로운 며느리로 낙점된 은서(김가은)가 명절날 유씨 집안의 큰 어른 한일(유성주)의 집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한일은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편이다. 명절날 여자들은 제사 음식에 바쁘고 남자들은 거실에서 빈둥대며 다과상을 요구한다. 이에 한일의 부인인 영희(정영주)는 장 보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집안 여자들을 모두 데리고 가출을 시도한다. 영희 일행이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신나는 하루를 보내는 동안 한일을 비롯한 남자들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갑작스러운 여자들의 부재에 당혹스러워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캐릭터는 바로 은서이다. 은서는 얼떨결에 유씨 집안 여자들의 갑작스러운 가출에 끼게 되지만 '도대체 내가 왜 따라나서야 하지?'라며 어이없어 한다. 솔직히 그렇다. 엄밀히 따진다면 은서는 아직 유씨 집안 며느리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철저하게 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화자가 된다. 원래 그녀의 계획은 애인인 지상(정재광)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한 후 얼른 빠져나와 결혼 전 연휴의 자유를 만끽할 계획이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집안일에 손 하나 까닥 안 하는 유씨 집안 남자들도 꼴불견이지만, 다짜고짜 자신을 태우고 가출을 감행한 유씨 집안 며느리들 역시 자신의 자유를 망가뜨리는 빌런에 불과한 것이다.

문제는 영희의 가출에 숨겨진 진실이다. 한일은 가족들 몰래 조상의 땅을 팔아 큰돈을 만진다. 이에 영희는 자신의 몫을 요구하며 가출을 감행한 것이다. 이러한 내막을 알게 된 다른 가족들은 큰 혼란에 빠지는데, 유씨 집안 남자들은 우리에게도 땅값에 대한 권리가 있다며 한일에게 반기를 들고, 유씨 집안 며느리들도 혼자 그 돈을 꿀꺽하려 했냐며 영희에게 따지기 시작한다. 기자인 재상(조달환)의 꼴값(정확하게는 기레기가 기레기 짓 한 것) 때문에 유씨 집안의 문제는 뉴스로 화제가 되며 갈등은 극에 치닫는다. 결국 은서는 지상에게 파혼을 선언한다.

물론 결말은 훈훈하다. 이름은 잊힌 채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살던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의 회한을 담아내며 유씨 집안의 갈등은 급하게 봉합된다. 이제 남자들도 집안일을 거두기 시작했고, 여자들도 자신의 인생을 찾기 시작했다. 명절 때마다 이어지는 가족 간의 불화가 이 영화처럼 훈훈하게 마무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가족 간의 불화가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어이없는 사건 사고를 접하게 된다. 그것이 영화와는 다른 현실이다.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주제가 참 좋다. 아직 우리나라는 유교적 사상과 가부장제가 뿌리 깊이 남아 있어서 명절 스트레스는 오로지 여자들의 몫이 되는 좋지 않은 전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벌써부터 명절 스트레스 때문에 짜증이 날 여성들에게 짜릿한 대리 만족을, 그리고 가부장제를 맹신하는 남성들에게는 작은 깨달음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만듦새는 약간 헐겁다. 특히 유씨 집안의 문제가 뉴스를 타고 전국에 생방송되는 장면은 조금 억지스러웠고, 가출한 유씨 집안 며느리들의 이야기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대박이 난다는 설정도 너무 낙천적이다. 다짜고짜 등장한 철수씨의 사연은 생뚱맞다. 그리고 철수씨의 사연으로 갈등이 너무 급하게 봉합되는 장면도 아쉽다. 극장 개봉용 영화가 아닌, 저예산 OTT 오리지널의 한계가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 속에 삽입된 음악은 참 좋았고, 부담 없는 전개로 인하여 1시간 40분 동안 기분 좋게 즐기기엔 무리가 없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올해 설 날도 열심히 어머니와 아내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남자들도 편안한 법이다. 이것이 내가 결혼 19년 차에 깨달은 명절날 부부싸움하지 않고 행복하게 보내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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