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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내 뜻대로 키울 줄 알았습니다] 아이가 부모를 키우고 있었다
9  enterskorea 2021.03.08 13: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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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나는 늘 궁금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부모가 되는 수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육아에 관한 교육 역시 어디서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저 아이를 잘 키우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현실은 내 맘 같지 않았다. 솔직히 얘기하건대, 나는 엄마가 된다는 것에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그래서 두려움의 크기만큼 수많은 육아서적과 자녀 교육서를 읽으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려움만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교육받을 나이가 되자 내 모든 관심은 좋은 교육으로 쏠렸다. 나는 열과 성을 다해 수집한 정보들을 나와 내 아이들의 삶에 열심히 욱여넣었다. 그리고 내가 입력하는 값만큼 아이들이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순탄치 않게 흘러가는 일들이 많아졌다. 내 계획대로였다면 나는 완벽하게 좋은 엄마가 되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괜찮은 엄마로 보였을지 모르나 내 아이에게 있어서 나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그치는 엄마’, ‘아이에게 자신이 정한 기준을 자꾸 요구하는 엄마였던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읽고 쓰기의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올바른 신념을 세우는 것도 가르쳐 주어야 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지지 않고 견디는 힘, 노력과 성취감을 알려주는 것 역시 부모의 역할이다. 중요한 건 어떤 것이든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요구하기 이전에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바로 부모의 마음가짐이다.

 

진정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아이가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가도록 격려하는 마음. 아이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적절하게 도움을 주는 선에서 거리를 유지하는 마음.’

 

엄마들은 혼란을 겪으며 아이의 삶과 내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을 체험한다. 그리고 많은 엄마가 내 아이의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그 착각은 결국 사춘기라는 강력한 장애물을 만난 뒤에야 산산조각이 난다. 착각에서 깨어난 엄마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뒤늦은 후회뿐이다. 당신은 엄마 선생님이 아니어도 이미 당신의 아이에게 내 엄마로서 충분히 좋은 엄마.



 

아들 지훈이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 빗장은 소통단절을 의미했지만, 그 누구도 곁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아이가 정말 잘 크기를 바란다면, 억지로 아이를 설득하고 강요하는 것을 멈추고 그사이 지나쳤던 나 자신의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 굳게 닫혀버린 아이의 방문을 열기 위해, 다시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기 위해 행해야 할 일은 아주 단순했다. 그건 바로 내려놓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놀라운 진심 판별사이다. 엄마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져야만 아이들 역시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엄마가 말로만 아이를 설득하는지, 고민과 노력을 하면서 설득하는지, 그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알아채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내 노력을 통해 일어날 아이의 선택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난 뒤, 아이는 자신의 선택이 확실해진 시점이 오고 나서야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설득은, 아이가 부모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뜻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했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쳤을 때야말로 아이들은 자신이 결정한 길을 걸으며 맞닥뜨리게 되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결과의 부족함을 스스로 감내하며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엄마가 가지고 있었던 선택의 주도권, 그 결정권을 아이에게 주자. 선택의 주도권을 주고 난 다음 필요한 것은 오직 인정하고 기다리기뿐이다.



 

나는 굳게 결심했다.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기로 생각의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나는 아이의 부족한 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 노력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아이의 반응에 서운해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게 하나, 둘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자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아이에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일삼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음악학원에 등록해 주는 대신 학과 공부를 소홀히 하면 당장 끊어버리겠다던 나, 입으로는 온전히 아이의 꿈을 지지하겠다고 말했지만 한 발을 슬쩍 빼놓고 있었던 나, 그렇게 늘 아이의 선택을 인정하는 시늉만 하던 나는 더 이상 지지하는 척만 하는 엄마가 아닌 진심으로 지지하는엄마가 되기 위해 고민했다.

 

아이는 너무나 잘 크고 있었으나 부모의 욕심이라는 색안경을 낀 나는 진실을 보지 못했다. 결국 괴로워 죽을 것만 같던 문제의 원인이자 해답은 결국 아이의 성장을 받아들이는 부모인 내게 달린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 마음으로는 결코 아이를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혹시 그 진심이 통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한가? 아이의 마음이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엄마가 아이를 힘들게 했던 시간만큼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를 힘들게 한 횟수만큼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보고, 믿으며 기다려주어야만 아이는 경계를 풀고 을 내어준단다.



 

아들은 원하는 목표를 세운 그날부터 몇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실로 향했다. 무거운 기타를 짊어진 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기어이 연습실로 가곤 했다. 레슨이 없는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은 반드시 연습실을 찾아가 6시간의 연습 시간을 채운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고 그 모습이 걱정됐던 나는 어느 날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내게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매일 연습실에 가는 이유는 딱 하나야. 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나 스스로 만들기 위해서야.”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기타에 대한 아이의 간절함은 진심이었다. 그걸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아도 내심 아들의 진로를 반대하고 있던 내 마음을 열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의 간절함이었다.

 

아이의 진심을 마주하자 내 안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어느새 통학이고 학비고 다 상관없으니 일단 시험부터 잘 보자는 쪽으로 바뀌었다. 아들의 합격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 것이다. 나는 몸소 체험한 부모로서 확신한다. 부모의 지지와 존중이야말로 아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결실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나는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의 자존감은 자신의 힘으로 성장함을 느낄 때 높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키워진 자존감은 위기의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이를 헤쳐나갈 강력한 동력원이 된다.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큰 위기를 넘기는 저력은 부모가 마련해준 지식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체험한 이겨내는 경험’, ‘해내는 경험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과 평균에 맞추어 살기 위해 노력한다. 평균과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척 불안한 일이기 때문에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여기엔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세상의 기준과 평균이 내게 맞는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교육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과거로부터 답습한 나만의 좁은 틀 안에 아이를 가두고 섣불리 재단하지 않도록 하자. 내 아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세상의 기준보다는 내 아이에게 맞는 나만의 기준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어진 틀 밖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나와 내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틀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아이도 나도 처음 겪었던 사춘기라는 터널을 돌아보면, 그 시간이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힘껏 노력했던 성장통과도 같은 과정이었다는 것이 이제는 선명하게 보인다. ‘억지로 해서 되는 것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내가 신경 쓰기 시작한 건 단 한 가지였다. 그건 바로 엄마 스스로가 좋은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주변에 좋은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자.’라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가능하면 나 자신이 좋은 어른으로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이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꿈에는 정답이 없다. 아이들은 재능을 알아보는 부모의 관찰과 그것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자기만의 길을 제 발로 찾아간다. 이는 어느 아이든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아이가 아닌 를 삶의 중심에 놓고 아이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자. 그렇게 부모와 아이가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 아이들은 무조건 잘 크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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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내 뜻대로 키울 줄 알았습니다 <김선희> 저

글로세움, 2021년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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